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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

by jimysoo 2025. 2. 4.

(책 표지)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리뷰 – chill한 하루키의 유쾌한 단상들

들어가기: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는 즐거움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뿐만 아니라 에세이에서도 독특한 감성과 유머를 발휘하는 작가입니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는 그가 <앙앙 anan> 이라는 일본 잡지에 연재했던 '무라카미 라디오' 한 해 분을 짧은 글들로 모은 책으로,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하루키만의 시선이 가득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루키.. 정말 대단하고 유명하고 팬덤이 확실한 이 시대 작가 중에 한명 입니다. 매년 노벨문학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작가이기도 하고요 - 작년에는 정말 하루키가 받는 줄.. 한강 님이 받으셔서 정말 깜놀!! - 

하루키의 에세이는 정말 소중한데요 제가 알기론 10년만에 나온 에세이로, 3년 간의 <1Q84> 탈고 후 쓴 에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루키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실의 시대>로 잘 알려진 <노르웨이의 숲> 으로 하루키 신드롬을 낳았고 -제목을 바꿔 재발매 되었던게 컸다는 이유도 한몫 하더군요 -, <태옆감는 새>, <해변의 카프카>, <1Q84> 등등 나오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독보적인 작가입니다. 저도 한때 하루키에 미쳐서 내내 하루키 소설을 탐독했었던 때도 있어더랬네요;; 

 

다시 돌아가서 이 책은 거창한 철학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경험을 재치 있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루키는 평범한 사건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을 더해,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는 듯 합니다. - 그래서 작가 인거 겠죠?!^^-

그렇다면 이 책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이 글에서는 여러 에피소드 중 일부에 대해 ① 에피소드1 - 채소의 기분 ② 에피소드2 - 바다표범의 키스 ③ 에피소드3 - 궁극의 조깅코스 라는 세 가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를 살펴보려 합니다.


1. 에피소드 1 - 채소의 기분

책의 제목이기도 한 ‘채소의 기분’이라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면,  우연히 하루키는 영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 에서 노인으로 분한 안소니 홉킨스가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은 채소나 다름없다’는 영화 속 대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영화 속에서 노인은 골동품 급 오토바이 '인디언' 을 개조해 시속 300k를 내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심히 펑키한 노인이 이웃집 남자아이에 한 말이었다. 

그 말에 남자아이는 되묻는다. " 그런데 채소라면 어떤 채소 말이에요?" 

그 대답에 노인은 짐짓 당황하며 "글쎄..." 하며 흐지부지 되어 버린다. 

 

누군가가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은 채소나 다름없다" 라고 단호히 말하면 무심결에 "그런가?" 하게 될 거 같지만, 생각해보면 채소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각각의 채소마다 마음과 사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채소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면, 지금까지 인간으로서의 내 인생이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하고 무심코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아니 그럴 때로 있다 라고 되뇌인다 라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긴 하단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 오이는 오이 나름의 개성이 있고, 당근은 당근 나름의 역할이 있으며, 감자는 감자대로의 방식으로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단순히 ‘채소’라는 한 단어로 묶어버리는 것은, 그 개성과 다양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하루키의 시선은 우리가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종종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는 이분법적인 잣대로 타인을 평가하기도 하고, ‘꿈을 좇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하루키는 각자의 삶에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으며, 무심코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뭉뚱그려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합니다.

결국, 하루키는 모든 것은 단순하지 않으며, 채소도 사람도 각자의 개성과 사정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라고 하는 건 아닌지~ 


2. 에피소드 2 - 바다표범의 키스 

또 하나의 책 제목인  ‘바다표범의 키스’라는 에피소드는 왠지 로맨틱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떠오르지만 여기서 말하는  ‘바다표범의 키스’는 바다표범 오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바다표범의 지방으로 만든 보충제인데 북극권의 에스키모들은 채소를 먹지 않고 동물성 식품만 먹는데도 동맥경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이유는 그들이 날마다 먹는 바다표범 고기에 함유된 오메가3 지방산이 혈액을 맑게 해서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관절을 유연하게 지키는 효과가 탁월하다고 합니다. 

이 글에서 하루키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바다표범 오일을 캡슐보다 더 효과가 좋다는 점원의 말에 생 오일로 구매하게 되었는데  하지만 문제는 이 오일의 맛과 냄새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렬했다는 점이라고 말합니다.

하루키는 바다표범 오일을 처음 마셨을 때의 느낌을 "바다표범이 억지도 입을 벌리고 뜨뜻미지근한 입김과 함께 축축한 혀를 입안으로 쑥 밀어넣는 기분" 이라며 비린 맛을 표현 합니다. 즉, 그것은 부드럽고 달콤한 키스가 아니라, 비릿하고 강렬한 바다 내음이 가득한, 지독한 경험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 오일을 마시고 나서도 한동안 입안에서 그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으며, 아무리 쿠키같은 단것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고 회상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건강에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고 몸이 안좋다고 전혀 느끼지를 않았다고 하며 나름대로 효용이 있었던 거 아니냐 며

특유의 유머러스하게 말합니다.

사실 우리는 실제 우리가 어떤 것을 경험하기 전에는 그 느낌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점 입니다.. 책에서 보거나, 남들이 말하는 것만 듣고 상상하는 것과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때때로 그 차이가 이렇게 충격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3. 에피소드 3 - 궁극의 조깅코스

이 에피소드는 하루키가 좋아라 하는 마라톤 혹은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실제로 하루키는 맛있는 맥주를 오래도록 마시기 위해 달리기를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국 오리건 주 유진 시 교외에 궁극의 조깅코스가 있는데 그곳에 본사를 둔 나이키 에서 특별히 만든 코스입니다. 

하루키는 수년 전 오리건 주에 취재할 기회가 생겨 나이키 홍보부에 문의하여 궁극의 전설적인 조깅코스를 달려볼 수 있는지  가능 여부를 문의 했고, "좋습니다. 얼마든지 달리세요." 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부푼 기대를 품고 갔지만 문득 깨달은 사실이 나이키 본사에 갖고 간 옷과 신발이 뉴발란스 브랜드였다는 겁니다. 

스스로에게 난감하고 센스없는 모습에 당황했지만 "저희 옷과 신발을 제공해드리겠습니다." 란 말에 " 생큐, 나이키!! 감사합니다 아니 아리가토" 했다는 내용입니다. 

별 특별한 내용은 아니지만 하루키는 인생도 세상도 뭐 그리 나쁘지 않네 싶다 라고 웃어버리며 마무리 합니다. 

사실 인생 별거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행복이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보통의 순간' 이라고 생각하는 주의 입니다. 

특별한 어떤 행운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기적인 거 같고 무사히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즐기며 아무런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그 순간이 행복인거 같습니다. 오늘도 무사히... - 하루키가 가장 좋아하는 조킹코스는 교토의 가모가와 강변길이라고 하는데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네요. 요즘 매일 달리기를 4km씩 하는지라..ㅎㅎ - 


나오기: 하루키가 바라보는 삶의 태도 – 가볍게, 하지만 깊이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그는 삶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조금 더 가볍고 유연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일상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쓰지 않습니다. 대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것들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가벼운 유머와 통찰을 이끌어내는 듯 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키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방법,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즐거움, 커피 한 잔의 소중함에 대해 말합니다. 그는 인생의 의미를 거창한 목표에서 찾기보다, 매일의 작은 순간들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더 가치 있는 삶이라고 이야기 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루키가 삶을 가볍게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가벼운 이야기 속에서도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는 우리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는 듯 합니다. 

작가는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평범한 것들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것을 통해 독자들에게는 그런 이야기들이 더 특별해 보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좀 더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채소를 먹을 때 그 기분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 바다표범이 정말 키스를 할까 생각해 보기도 하며, 생각지도 못한 당황하는 순간에 찾아온 선물같은 하루를 느껴보는 것 처럼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다시금 음미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 듭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행복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