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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에로스의 종말 -한병철-

by jimysoo 2025. 2. 12.

(책 표지) 에로스의 종말

『에로스의 종말』 리뷰 – 현대 사랑의 소멸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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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여전히 존재할까? 아니면 현대 사회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걸까? 📖 독일에서 활동하는 철학자 한병철은 그의 저서 『에로스의 종말』에서 현대 사회에서 사랑(에로스)이 어떻게 소멸하고 있는지를 분석합니다. 이 책은 사랑의 본질과 현대 사회의 변화를 철학적으로 탐구하며, 우리가 사랑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솔직히 40넘은 지금 에로스 혹은 사랑을 논하기에 약간의 불편함(?) 과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어떤 부분의 가장 끝자락에 고이 묻혀져 있는 판도라 같은 상자를 여는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방송국 혹은 넷플릭스 같은 OTT 에서  연애를 소재로 한 리얼리티를 장착한 짝짓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해마다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소비하는 걸 보면 사랑이라는 건 소멸하지 않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은 그런 사랑이 현대 사회에서는 변해가고 있고 심지어 전통적인 사랑의 관념들은 소멸되고 형태를 바꿔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철학적 가치관을 통해서 진단하고 분석합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1) 현대 사회에서 사랑이 사라지는 이유, 2) 자기애적 사랑과 관계의 변화, 3) 에로스를 되찾기 위한 가능성 이라는 세 가지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현대 사회에서 사랑은 왜 사라지는가?

한병철은 현대 사회에서 사랑이 점점 소멸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과거의 사랑이 타자(다른 사람)에 대한 갈망과 열정에서 출발했다면, 오늘날의 사랑은 효율성과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현대 사회를 "긍정 사회"로 규정하며, 사람들은 이제 고통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고, 즉각적인 만족과 편안함을 추구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사랑도 하나의 소비재처럼 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데이팅 앱을 통해 우리는 빠르고 간편하게 상대를 고를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의 만남에서는 깊은 유대감이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현대인은 자신의 한계를 직면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타인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에서 오는 불편함을 기피한다고 합니다. 사랑은 본래 타자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신이 변화하는 과정인데, 오늘날에는 타인의 개입 없이도 자신을 완전한 존재로 여기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사랑은 더 이상 우리를 변화시키는 경험이 아니라, 일시적인 만족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현대 사회에서는 사랑이 깊은 관계와 헌신보다는 즉각적인 만족과 자기만족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에로스의 종말"로 이어지고 있다고 저자는 경고합니다.


2. 자기애적 사랑과 관계의 변화

한병철은 현대 사회에서 사랑이 "자기애적 사랑" - 자아의 나르시시스타화 - 의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과거의 사랑이 상대방을 향한 강한 갈망과 욕망에서 출발했다면, 오늘날의 사랑은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기애적 사랑은 SNS와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을 받으며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타인을 사랑하기보다, 자신을 이상화된 이미지로 포장하고, 타인의 인정을 받는 데 집중합니다.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플랫폼에서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꾸미고, 타인의 반응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하지만, 정작 진짜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는 일에는 소홀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현대인의 연애 방식은 "불확실성 회피" 경향을 보입니다. 사랑은 본래 불확실한 것이고, 그 속에서 긴장과 설렘이 공존하는데, 현대인들은 관계에서 오는 불확실성을 감당하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완벽한 조건을 갖춘 파트너를 찾는 데 집중하고, 조금이라도 불확실성이 감지되면 쉽게 관계를 포기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연애 중 갈등이 생겨도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이 관계가 내게 효율적인가?", "이 사람이 내 행복을 보장해 줄 수 있는가?" 같은 계산적인 태도가 더 강해졌습니다. 연애조차도 자기 계발의 한 과정처럼 여겨지면서, 관계에서 오는 도전과 갈등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현대 사회에서는 타자와의 진정한 연결보다는 자기애적 사랑이 강조되며, 사랑이 깊이 있는 관계로 발전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습니다.


3. 에로스를 되찾기 위한 가능성

그렇다면 사랑은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일까요? 한병철은 이에 대해 단순히 비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다시 사랑을 회복할 가능성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에로스(eros)가 단순한 성적 욕망이나 감정이 아니라, 타자를 향한 깊은 갈망과 변화의 과정임을 강조합니다. 사랑은 자기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즉각적인 만족"을 넘어, 사랑의 과정에서 오는 불편함과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사랑이란 단순히 행복한 감정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불확실성과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며, 이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마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현대 사회가 관계의 속도를 지나치게 빠르게 만들었으며, 우리는 다시 천천히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SNS나 데이팅 앱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지만, 이런 빠른 만남 속에서는 상대방을 깊이 이해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사랑을 되찾기 위해서는 천천히 관계를 쌓아가며, 타인과 깊이 연결될 수 있는 경험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결국, 한병철은 우리가 현대 사회에서 사랑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타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의 불확실성을 기꺼이 감수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나오기: 사랑을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책

『에로스의 종말』은 현대 사회에서 사랑이 어떤 방식으로 소멸하고 있는지를 철학적으로 분석하며, 우리가 사랑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다시금 성찰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저자는 사랑이 점점 자기애적 형태로 변하고 있으며, 타자와의 진정한 연결보다 효율성과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을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사랑은 본래 불확실성과 변화를 수반하는 것이며, 우리는 타인을 통해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이 책은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존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경험임을 강조하며, 우리가 다시 사랑을 깊이 이해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게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은 2015년에 나온 책인데 -벌써 9년 전..- 지금의 문제와 크게 다르 않은 거 같습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여전히 연애 혹은 사랑에 어려움이 있는 듯 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시간과 노력에 쏟기에는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 시대이지 않나 합니다. 책에서 말하는 타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의 불확실성을 기꺼이 감수하는 태도.. 음..여전히나 사랑은 어렵습니다.. 앞으로도요..